Wish You Were Here 앨범 설명

2020. 5. 7. 01:06album

Wish You Were Here

(1975.09.12. / Harvest)

 

 

 전작(The dark side of the moon 앨범을 말함) 앨범을 통해 빈틈없고 치밀한 사운드와 노랫말, 그야말로 정점에 이른 완벽한 음악을 만들어냈던 핑크 플로이드는 새로운 앨범 작업을 앞두고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지쳐 있었다.

 

 당시 밴드를 감싸던 분위기는 성취감에 따른 안정보다는 뚜렷한 방향 없이 혼란스러운 상황이었는데, 전작의 어마어마한 성공이 가져다준 부담 외에 로저 워터스와 다른 멤버들 특히 데이비드 길모어와 갈등이 불거지기 시작한 것도 주된 이유였다.

 

  예술적 성과와 상업적 성공을 거두고 단숨에 백만장자 슈퍼스타가 된 밴드는 이제 자신들이 아티스트인지 장사꾼인지, 어린 시절의 꿈이 충족되었는데 왜 활동을 지속해야 하는지 등에 대한 고민에 빠져 있었다.

 

  게다가 새 앨범을 위한 신곡도 거의 없는 상태였다. 밴드의 새로운 레퍼토리라고는 1974년 6월 프랑스 투어에서 처음 연주한 「Shine On」과 「Raving And Drooling」, 그리고 11월과 12월 영국 투어에서 선보인 「You've Got To Be Crazy」가 전부였다. 로저는 「Shine On」을 제외한 두 곡이 앨범의 전체적 화합에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해 빼기로 했고 그 과정에서 데이비드와 갈등을 빚기도 한다.

 

( 이 곡들은 이 앨범 다음으로 나올 Next 앨범 『Animals』에 각각 「Sheep」과 「Dogs」로 진화하여 수록된다. )

 

(US LP Cover)

 

   핑크 플로이드는 앨런 파슨스와 다시 작업을 하고 싶어했지만, 자신의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있던 그는 제안을 거절한다. 결국 『More』와 『Ummagumma』에 참여했던, 그리고 밴드의 1974년 콘서트 엔지니어였던 브라이언 험프리스가 자연스레 함께하게 되었다.

 

  녹음 과정은 한마디로 힘겨운 몸부림이었다. 로저와 닉은 애비 로드 스튜디오 장비에 익숙하지 않았던 브라이언이 「Shine On」의 반주 테이프를 실수로 망쳐버리는 바람에 완전히 다시 녹음해야 했고, 멀티 트랙 녹음 작업은 지루하게 시간만 질질 끌고 있었으며 멤버들은 그야말로 영혼 없는 텅 빈 껍데기와도 같았다.

 

  로저의 말처럼 "아무도 서로를 똑바로 쳐다보지 않았고 그저 기계적으로 반응할 뿐이었다." 밴드가 소외와 환멸의 감정으로 가득한 채 의욕 없이 스튜디오에서 각각 시간을 보내는 동안, 그나마 멤버들을 다그치고 몰아붙이는 로저의 강요에 이끌려 그럭저럭 곡이 만들어지고 있었다.

 

  몇 주 동안 이어진 이 무기력한 상황에 갑작스러운 활기가 감돌게 된 건 로저가 보다 구체적인 콘셉트를 제시하면서부터다. 그는 「Shine On」의 도입부에서 데이비드가 연주한 4음의 기타 멜로디를 듣고는 시드 바레트의 기타 리프를 떠올렸고, 안타깝게 밴드를 떠나야 했던 옛 동료의 부재不在와 그에 대한 그리움을 음악으로 표출하고자 했다.

 

  이 주제는 멤버들의 호응을 얻었다. 전작에 이어 모든 가사를 도맡은 로저는 시드에게 바치는 「Shine On You Crazy Diamond」 ( '빛나는', '그대', '다이아몬드'의 머리글자를 조합하면 'SYD'가 된다 )를 앨범의 핵심 작품으로 배치하고, 그 외 곡들에 점차 커져만 가는 서로에 대한 실망, 음악 비즈니스에 대한 비난 등에서 느끼는 멤버간의 심경을 담아냈다.

 

 

 

  내부적인 악조건 속에서 탄생된 이 앨범은 결과적으로 수많은 팬이 손꼽는 밴드의 대표작이 된다. '핑크 플로이드'를 상징하는 여러 특징을 생각해 보자.

 

  깊고 너른 공간감을 지닌 우주적인 사운드 스케이프, 겹겹이 그러나 정교하고 섬세하게 쌓여 풍성함을 전하는 다채로운 소리의 향연, 나른한 꿈결 속을 부드럽게 유영하는 듯 은은하고 매끈하게 울리는 블루지한 기타, 신비로움을 머금은 웅장하고 서사적인 신시사이저와 키보드, 때로 복잡하고 역동적이지만 동시에 여유를 지닌 리, 뚜렷하고 탁월한 멜로디에 실리는 강렬하고 부드럽고 몽롱하거나 냉소적이고 날카로운 보컬, 그리고 극적이고 시각적인 감흥을 안겨주는 사운드 이펙트 등등.

 

  이 모든 음악적인 요소들이 마치 장인의 세밀한 손길로 다듬어진 명품처럼 더없이 세련되고 우아하고 아름다운 형태로 담긴 작품이 바로 『Wish You Were Here』 앨범이다.

 

  전작 The dark side of the moon 앨범이 군더더기 없는 균형과 조화를 이룬 ' 컴퓨터 미인 '이라면, 이 앨범은 여백의 미를 갖춘 ' 자연 미인' 이라고 할 수 있을 듯하다.

 

  특히 부드럽고 매끄럽게 하늘로 날아오르는 듯 짙은 애수를 자아내는 데이비드의 아름다운 기타 연주는 아련한 전율을 선사하는 신시사이저와 장대하고 서사적인 리듬에 어우러지며 넋을 잃게 한다.

 

 

 

   1975년 6월 5일, 「Shine On You Crazy Diamond」의 마지막 믹스 작업이 진행되고 있을 적에, 빡빡 깎은 머리에 눈썹까지 민 잔뜩 배가 나온 한 남자가 황갈색 비옷을 입고 손에 비닐 봉지를 든 채 스튜디오에 불쑥 들어왔다. 그가 누군지 알아본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러나 이내 그가 시드 바레트라는 사실을 알아챈 밴드는 큰 충격을 받았다. 몇몇은 소리를 질렀고 로저는 터져 나오는 눈물을 감추지 않았다.

 

  왜 그렇게 살이 쪘느냐는 질문에 시드는 부엌에 커다란 냉장고가 있는데 거기 있는 폭찹(pork chop)을 너무 많이 먹었다고 답했다.

 

  그는 "내가 언제 기타 연주를 하면 되지?"라고 하는 등 자신이 밴드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고도 했지만 「Shine On」을 들으며 자신과 관련이 있는 음악이라는 걸 깨닫지 못했고, 그곳에 앉아 이야기를 하고 있었지만 그의 영혼과 정신은 다른 곳에 있는 거나 다름없었다.

 

  2006년 시드가 세상을 떠날 때까지 그와 멤버들의 만남은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간간히 유지되었다.

 

  그런 말을 하는 것은 그들의 최대 히트작이 된 Wish you were here 라는 곡에 얽힌 믿거나 말거나 일화가 있는데, 건강이 급속도로 나빠져서 핑크 플로이드 활동을 함께 할 수 없게 된 기타리스트 시드 배릿이 병원에 입원하자 베이시스트 로저 워터스가 문병을 갔다고 한다. 그때 병상에 누워있던 시드 배릿이 자기가 새로 만든 곡이라면서  악보를 하나 건네 주었는데, 그런데 로저가 집에 돌아와 악보를 펼쳐보니 그건 백지였다고 한다. 

 
  로저 워터스는 잠시 눈물을 흘린 다음 그 백지에 즉흥적으로 곡을 써내려 간  노래가 바로 Wish you were here <네가 여기 있다면>이었다. 또 그 앨범에 담긴 'Shine on you crazy diamond'라는 불후의 명곡도 시드 배릿에 대한 우정과 애도의 뜻이 담긴 곡으로 알려져 있다.


 영국이 낳은 불세출의 락 밴드들은 비틀즈를 시작으로 상당히 많다. 그 영국 밴드와 프로그래시버 락 밴드를 거론할 적에, 빼 놓을 수가 없는 '핑크 플로이드' 라는 독보적인 밴드가 탄생한 사연에서도 시드 배릿의 역할은 중요하다. 원래 그룹명이 Tea set 였는데, 시드 배릿에 의해서 Pink Floyd로 바뀌어 버린 것이다.

 핑크 플로이드는 유명한 블루스 뮤지션인 Pink Anderson과 Floyd Collin 의 이름 중 일부를 조합하여 짓게 된 것인데, 그네들은 평소 흠모하던 뮤지션들로 그 이름 중에 일부를 차용하여, 위대한 핑크 플로이드는 탄생되었고, 시드 배릿은 이처럼 플로그래시브 락의 형성기에 있어서도 그 공헌을 인정받고 있는 인물이었다.

 

 시드 배릿은 2006년 7월에 오랜 당뇨병 투병으로 인해 사망하였으며, 그로 부터 2년 후인 2008년 9월에는 핑크 플로이드 초창기 4명의 원년 멤버 중 한 사람인 리처드 라이트 역시 암으로 투병하다가 사망하였다.

 

 

  

  (Syd Barrett; 1969년 & 1975년)

 

 

 총 9부작으로 이루어진 26분의 대곡 「Shine On You Crazy Diamond」는 로저의 의견에 따라 2개로 나뉘어 앨범 첫 곡과 마지막 곡으로 수록되었다.

 

  이 곡에서 릭은 EMS VCS3는 물론 앨런 로버트 펄만(Alan Robert Pearlman)이 설립한 ARP 사의 폴리포닉 오케스트라 신시사이저인 ARP 스트링 앙상블(ARP String Ensemble), 해먼드 오르간과 미니무그, 클라비넷과 월리처(Wurlitzer) 일렉트릭 피아노 등 다양한 키보드를 사용하여 풍성하고 아련한 색채를 더해주었고 전작에 참여했던 딕 패리가 또 다시 색소폰 연주를 들려준다.

 

  총 9개 Part로 구성된 호흡이 긴 이 노래에서 제 '1부'는 서서히 페이드인 되는 장엄한 분위기의 서곡이다.

 

  밴드가 전작 이후 행한 작업 중 'Household Objects'라 일컬어진 프로젝트는 제목 그대로 가정용 기기로 만들어낸 여러 소리를 이용한 실험이었다. 핸드 믹서라든지 에어로졸 스프레이, 고무줄, 톱과 망치, 그리고 와인잔 등 다양한 물건이 사용되었다.

 

  그 중 글래스 하프(glass harp, 물이 담긴 와인잔)로 연주한 소리에 VCS3와 해먼드 오르간을 더해 완성한 소품 「Wine Glasses」가 인트로에 쓰였고, 미니무그 배킹과 함께 데이비드가 연주하는 펜더 스트라토캐스터(Fender Stratocaster)의 영롱하고 블루지한 사운드가 이어진다.

 

  소위 '시드의 테마'로 알려진 '2부'는 4음(B플랫과 F, G, E; 반음 내린 시, 파, 솔, 미)의 기타 선율로 시작되는데, 반복되는 테마 이후 드럼과 베이스가 가세하고 잊을 수 없는 데이비드의 솔로가 펼쳐진다.

 

  릭의 무거운 미니무그 솔로와 닉의 느릿한 드러밍, 그리고 수려한 멜로디의 기타 솔로로 '3부'가 마감된다.

 

  '4부'는 로저의 섬세하며 날카로운 목소리가 중심에 자리한 보컬 섹션이다. 데이비드와 릭의 배킹 보컬 외에 여성 싱어 베네타 필즈(Venetta Fields)와 칼레나 윌리엄스(Carlena Williams)의 하모니 보컬이 더해졌다.

 

 다시' 5부'는 딕 패리의 묵직한 바리톤 색소폰과 데이비드의 기타 아르페지오, 변박으로 빨라지는 템포와 더불어 역시 딕의 현란한 테너 색소폰 연주로 끝맺는다.

 

  휘몰아치는 바람 소리로 시작되는 '6부'에서는 데이비드가 연주하는 베이스 기타가 더해지고 릭의 ARP 스트링 앙상블 신시사이저와 미니무그, 그리고 데이비드의 랩 스틸 기타와 슬라이드 기타가 어우러지며 어두운 긴장감을 표출한다.

 

  반복되는 4부의 기타 선율로 포문을 여는 두 번째 보컬 섹션이 짤막한 '7부'를 채우고, 로저의 일렉트릭 기타와 데이비드의 기타 아르페지오, 펑키한 리듬, 릭의 미니무그와 클라비넷 사운드로' 8부'가 전개된다.

 

  데이비드가 '장송곡'이라 표현한 마지막 파트 '9부'는 시드를 향한 찬가로, 릭의 애절한 키보드가 선율을 이끌며 짙은 감흥을 남긴다.

 

 

 

  로저와 릭이 연주하는 VCS3의 무겁고 어두운 울림으로 특징되는 「Welcome To The Machine」은 돈 버는 데에만 혈안이 된 음악업계에 대한 밴드의 환멸을 드러낸 곡이다.

 

  로저가 묘사한 음악산업의 민낯은 그저 악착같이 돈을 긁어 모으려는 제작자와 이를 위해 밴드를 통제하는 매니저와 같은, 결국 시드의 정신적 문제를 야기하는 데 큰 역할을 한 '기계'에 불과했던 것이다.

 

  VCS3와 ARP 스트링 앙상블, 미니무그와 해먼드 오르간 등 여러 키보드의 어지러운 사운드와 기계음, 12현 어쿠스틱 기타의 차가운 선율은 깊은 전율을 남긴다.

 

  역시 음악업계의 탐욕과 위선에 대한 비난을 표출한 「Have A Cigar」는 보다 스트레이트한 록 사운드를 담고 있는데, 차지고 쫄깃한 기타와 베이스로 시작되어 ARP 스트링 앙상블과 미니무그 등 신시사이저와 함께 전개되는 블루스 하드 록 풍 리프는 깊은 인상을 남긴다.

 

  로저와 데이비드를 힘들게 했던 건 보컬 파트였다. 이들은 각각 또는 함께 노래를 했지만 만족스러운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 당시 애비 로드 스튜디오에서는 포크 록 싱어 로이 하퍼Roy Harper가 자신의 앨범 『HQ』를 녹음하고 있었다. 힘겨워하는 이들의 모습을 지켜보던 로이는 밴드에게 웃으며 제안을 한다. "내가 노래할게, 돈만 주면." 결국 탁월한 표현력을 지닌 그의 강렬한 목소리와 함께 곡이 완성되었다.

 

   라디오 소리와 함께 시작되는 로저와 데이비드의 최고이자 최대의 명곡 「Wish You Were Here」에서 로저는 시드를 포함하여 바깥 세계와 육체적으로나 정신적, 감정적으로 거리를 두고 살아가는 이의 무심한 감정과 소외감을 이야기한다.

 

  데이비드가 연주하는 12현 어쿠스틱 기타의 아련한 울림과 애절한 목소리와 스캣, 아름다운 서정적 선율은 더없이 깊은 감흥을 선사한다. 이 즈음 애비 로드 스튜디오에서 녹음 중이던 연주자가 있었는데, 재즈계의 거장 바이올리니스트 스테판 그라펠리Stéphane Grappelli와 역시 천재 바이올린 연주자 예후디 메뉴인Yehudi Menuhin이 그 주인공이었다.

 

  데이비드는 이들에게 연주를 부탁했고 결국 스테판이 바이올린 연주를 들려주게 된다. 그러나 결국 그의 연주는 삭제되어 최종 버전에서는 끝부분의 바람 소리에 묻혀 거의 들리지 않는 아주 희미한 흔적으로 남게 되었다.

 

 

 

 

   '존재하지 않음' 즉 '부재'에 대한 개념의 표현을 위해 힙노시스의 스톰 소거슨은 커버 아트워크를 보이지 않게 한다는 아이디어를 생각했고, 음반은 불투명한 검은 셀로판으로 압축 포장되어 출시가 된다.

 

  조지 하디는Welcome To The Machine」과 「Have A Cigar의 테마에서 착안하여 두 기계 손이 (의미 없는 형식적 행동을 상징하는) 악수를 하고 있는 이미지를 디자인 했다. (아래 그림 첨부)

 

   이는 스티커로 제작되어 압축 포장 겉면에 붙었고 LP 라벨에도 기계 손 로고가 사용되었다. 커버 아트와 이너 슬리브 등에 등장하는 오브리 파웰의 여러 초현실적 사진은 핑크 플로이드를 대표하는 상징적 이미지로 자리하게 된다.

 

  LA에 있는 워너 브라더스Warner Bros. 스튜디오에서 찍은 앞면 커버 사진에는 마주 서서 악수를 하는 정장 차림을 한 두 비즈니스맨이 등장한다. 불에 타는 사람을 비롯하여 사구(砂丘)로 유명한 애리조나 주에 있는 유마(Yuma) 사막에서 촬영된 뒷면 사진의 '영혼을 파는' 얼굴 없는 세일즈맨을 통해 스톰은 부재와 공허함이라는 주제를 나타냈다.

 

  이는 이너 슬리브에서도 마찬가지다. 바람에 날리는 빨간 베일 뒤편에는 거의 눈에 띄지 않는 여인의 누드가 희미한 흔적을 남기고 있고 다이버가 뛰어든 호수는 잔물결이나 튀어오르는 물방울 하나 없이 잔잔하기만 하다.

 

  LP에 포함된 엽서에도 사용된 이 '다이버'의 이미지는 염도가 높아 바다보다 짠 알칼리 호수, 캘리포니아 주에 있는 모노 호수(Mono Lake)의 석회암 바위기둥 투파(Tufa) 타워를 배경으로 촬영된 사진이다.

 (있어야 할 것이 없는 '부재'의 형상화를 위해 다이버는 '다이빙'이 아니라 물속에서 물구나무를 선 채 물결이 잦아들기를 기다려야 했다.)

 

   미국 EMI의 프로모션 활동에 불만을 가지고 있던 밴드는 미국 내 배급 레이블을 CBS 산하 콜럼비아Columbia로 옮겼고 이 앨범부터 판권 소유자 표기가 'Pink Floyd Music Limited'로 바뀌게 된다. 영국과 미국 차트 1위에 오른 이 앨범은 지금까지 1,300만 장 이상 판매되었다.

 




 

 

[Side A]

 

1. Shine On You Crazy Diamond (1-5) (13:33)

    Part 1 (Richard Wright / Roger Waters / David Gilmour)

    Part 2 (David Gilmour / Roger Waters / Richard Wright)

    Part 3 (Roger Waters / David Gilmour / Richard Wright)

    Part 4 (David Gilmour / Richard Wright / Roger Waters)

    Part 5 (Roger Waters)

 

2. Welcome To The Machine (Roger Waters) (7:32)

 

[Side B]

 

1. Have A Cigar (Roger Waters) (5:08)

2. Wish You Were Here (Roger Waters / David Gilmour) (5:35)

3. Shine On You Crazy Diamond (6-9) (12:30)

    Part 6 (Richard Wright / Roger Waters / David Gilmour)

    Part 7 (Roger Waters / David Gilmour / Richard Wright)

    Part 8 (David Gilmour / Richard Wright / Roger Waters)

    Part 9 (Richard Wright)

 

 

  모든 것이 다 세월이 흘러 지나고 보면 아! 그때 그래서 그런 일들이 있었구나 라고 이해되는 경험을 안고 우리들은 하루를 살아간다. 시대적으로 핑크 플로이드는 그 시대를 앞서서 치고 나가는 빛의 역할을 톡톡히 해내었다. 그들은 선동가이자 혁명가이며, 모호한 시대의 방향성에 어떤 의미를 제시하는 한 줄기 빛과 같은 소리의 거장들이었다.

 

  그 천재적인 뮤지션에 관해서 뭐라고 말하는 자체가 조금은 덧칠하는 창피한 일이겠지만서도, 나름 핑크 플로이드 취향을 '유목민적 보헤미안'이라고 감히 정의 내리고 싶다. 저 광활한 바다를 바라보라~!

 

  거기엔 거대한 물결의 파동이 넘실거리는 파도의 흐름이 있다. 마찬가지로 이 세상의 모든 정보에서도 그런 정보의 바다가 존재한다. 우리가 이 정보를 어느 때부터 댐 안에 가두기 시작하면서,  그 정보는 서서히 고이기 시작하였다. 이젠 수많은  사람이 부른 노래들과 거의 모든 것들이 거대한 정보의 바다에 가득차 오르기 시작하였다.

 

  대체로 유목민적 보헤미안의 특징은 그 정보의 바다에서 서핑을 즐기는 사람과 같다. 그들은 다가오는 거대한 파도를 타고 그 물결의 스트리밍을 즐긴다. 

 

 

 

 

  저 Pink Floyd style 피플족은 늘상 일상생활에서 타고 다니는 시공간을 초월하며, 신비의 세계 속을 마음대로 날아 다니는 괴상한 낡은 오토바이로 먼 길을 돌고 돌아서 낯선 행성을 찾아 자유롭게 떠돌아 다닌다.

 

 그들에게 과연 존재의 혹같은 그 야릇한 방랑의 유혹에서 벗어나 어느 곳에 정착할 닻을 내릴 처소가 이 세상에 있기나 한 것일까?

 

  이윽고 어느 낯선 장소에 도착한다. 그곳은 바로 깊은 심야에 어느 버스 정류장!

 

 

 

  허공을 떠도는 핑크 스타일의 이런 부류의 인간들은 평범한 사람과는 다른 독특한 문양과 행동 이전에 시선을 끄는 나름의 패션 그리고 자기 몸 전체로 그 존재를 상징하는 악세사리를 마치 tatto처럼 칭칭 새겨 넣은 채, 어느 곳을 다니든지 보는 즉시 사람들의 시선과 흥미 그리고 호기심을 바로 유발시킨다.

 

  그렇다 ~! 핑크 플로이드 음악을 제대로 듣고 그 정신을 추구한다는 의미는 바로 도발 정신이다 !  도발적인 고양이 ~ 딱 그것이다.

 

 

  가만히 있으면 세상 만물은 항상 그대로다. 변화가 없다. 뭔가 도발하지 않으면 저 예쁜 길잃은 고양이를 내가 꼬실 순 없다. 핑크 플로이드 고양이라면 살짝 다가가 그 암고양이가 왜? 막차를 놓친 그 버스 정류장 앞에서 멍하니 서있었는지 모른채, 각기 서로 낯선 타인이 되어 무심히 헤어질 인연이었지만, 도대체 어떻게 된 것이냐 면서 살짝 다가가 예의바르게 물어보는 센스와 그 갈 곳을 잃은 여인의 손목을 강력히 잡아 끄는 도발적 용기가 가능해 진다.

 

 첫번째 그 전제조건이 핑크 플로이드 음악을 소화해 내려면 우리 자신의 면모가 먼저 바뀌어야 한다.

 

 그 첫번째 조건은 나만의 독특한 패션을 구성하고 완성해 나가는 것이다. 옷이나 악세사리가 바뀌기 시작하면 그에 따른 한 인간의 변화가 서서히 나타난다. 나중엔 한 마디 내뱉는 말투도 행동거지도 생각도 그리고 그 운명마저도 아주 독특하고 묘상한 인간 군상으로 서서히 자리잡고 진화되기 시작한다.

 

 우리는 이 키워드를 스스로 개발하고 완성해야 한다. 그러면 핑크 플로이드 무한궤도 열차에 올라 탄 것이 된다. 당신이 이제 독특한 취향의 인간으로 진화가 시작된다.

 

 

 

  낯선 여자와 여관방 - 그 옥상 골방엔 방금 나간 어느 불륜 남녀의 짙은 섹스의 흔적이 도처에 널부러져 있다. 그 흐트러진 상태가 이들에겐 불결한 것도 못되는 것 같으다.

 

  그 모텔 이름은 핑크 플로이드 모텔, 벽화는 온통 이해 할 수가 없는 추상화 그림과 벽화가 있고 특이로운 장치 하나는 바로 핑크 플로이드 음악을 어느 곡이든지 바로 들을 수 있는 리모컨이 하나 있다. 동시에 다른 곡을 들어도 되고, 한곡이나 여러곡을 반복적으로 또는 랜덤으로 묶어서 들어도 된다. 

 

 이 특이한 음악체계 시스템은 핑크 플로이드 음악의 다양한 레퍼터리가 있어서 가능한 것이다. 그들만의 독특한 취향과 색조와 리듬으로 그들은 남녀 간에 섹스 상태에서의 반응과 심리적 만족도를 자유 분망하게 조율해 낸다. 

 

 

 

  방문을 닫아 걸자 마자, 유목민 핑크족과 그 낯선 여자는 격렬한 섹스를 하기 시작한다. 중간중간에 그 남자가 두번의 리모컨 스위치를 눌러서 나오는, 그 의미를 헤아릴 수 조차 없을 몽상적이며 절규어린 노래 두곡이 스피커를 통해 흘러 나오고, 그 유목민은 그 노래가락에 따라 온몸을 뒤틀면서 따라 부르기 시작한다.

 

  그 한 노래는 너무나 격정적인 섹스로 인해 뇌에 마비가 와서 그 리듬조차 잃어 버렸고, 또 한 곡은 섹스의 절정이 끝나고 나서 나직하게 들려주는 고양이에 관한 몽상을 주제로 읖조린 재미있는 노래 가락이었다.

 

 

 

  무시로 부는 저 바람따라 정처없이 흘러가는 유목민과 길잃은 어느 과부와의 만남은 그렇게 산뜻히 만나고 바람처럼 흐트려 졌다. 대체 이들이 순간적으로 한때나마 격정적으로 만나서 숨 가쁘게 섹스를 나누게 한 힘은 어디에 있었나?

 

  나는 꿈 속에서 나온 그 장면을 생각해 봤다. 그건 도발이다. 애초에 그 유목민 핑크족이 도발적인 접근을 하지 않았다면, 서로 간에 아무 일도 없었을 상태로 그렇게 바람처럼 서로는 서로를 스쳐 가 버렸을 것이다.

 

  

 

 

  아침엔 그  남자가 책상에 놓고 간 15,000달러의 돈이 놓여 있었고, 그 자고 있는 과부는 어느새인지 모르게 부시시 자리를 털고 일어나, 예쁜 꽃무늬가 테두리로 장식된 거울을 보며 도발적인 붉은 립스틱을 입술에 바르고 있다.

  

  다시 바람개비의 리드마치처럼, 그 유목민 청년은 어느새 사라져 어느 곳을 향하고 있었고, 아직 정착할 곳을 정하지 못한 섹시한 과부는 입술에 짙은 루즈를 바르며, 밤새 그 유목민 남자가 격정적으로 가르쳐 준 도발적인 눈 화장법으로 지쳐 흐릿해진 눈가를 화장붓으로 우아하게 그리고 있었다.

 

 

 

  화장을 하면서 담배를 한 대 피어 물었다. 거울 속에서 비춘 자신의 얼굴을 바라보면서 그 짐승같은 남정네의 지칠 줄 모르는 허리의 강렬함을 떠올리면서 그녀는 두 눈을 감았다.

 

  리모컨 스위치를 눌렀다. 벽 4면에 돌비 스테레오 사운드로 장착된 은밀하게 숨겨진 스피커의 음향은 그 어느 곳에서도 들을 수 없는 늪처럼 깊고 짙은 음색으로 온 방안 사위에로 퍼져 나갔다.

 

 

 

 

  그 스피커에서 흘러 나오는 노래는 팔레스타인의 시인 '마흐모드 다위쉬'의 "카마 스트라의 가르침"이란 시를 영어로 번역해 부른 로저 워터스의 Wait for her 노래가 공간 속으로 퍼져 나갔다. 여인은 다시 담배 한 모금을 빨면서 남이 알아채지 못할 미소가 연기와 함께 피어 올랐다.

 아니 저 책상에 놓인 돈 뭉치와 메모지에 흩겨 쓴 쪽지 한 장을 두고 바람처럼 홀연히 나타나 사라져 버린 남자가 생각나서 였다. 그리고 지금 나오는 노래 제목이 Wait for her 라니 ... 떠나 가면서도 이렇게까지 하지 않아도 되는데 왜 그 남자는 돈 뭉치를 내려 놓고 갔을까를 생각하니 자신이 마치 창녀인듯 생각이 들면서 조금은 불쾌해 졌다. 

 

  그녀는 작은 핑크빛 모조 다이아몬드가 박힌 손톱 사이로 메모지를 가만히 펼쳐 보았다. 거기엔 이런 편지가 몇 줄 적혀 있었다.

 

  " 여덟번이나 절제된 스텝으로 나눠진 야릇한 팔색조 음색으로 질러대는 당신의 교성에 지난 밤은 정말이지 너무 황홀했었소. 안녕 안녕 ~ 영원히 잊지 못할 아름다운 그대여

 

  왜 하루가 24시간인지 그걸 당신은 아시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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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th a glass inlaid with gemstones  
보석으로 수놓은 유리잔을 들고  
​On a pool around the evening Among the perfumed roses 
장미향이 번지는 저녁 무렵의 연못에서  
Wait for her  
그녀를 기다려요 

With the patience of a packhorse Loaded for the mountains 
산더미같이 짐을 진 수레말의 참을성이 있는  
​Like a stoic, noble prince  
금욕적이고 고상한 왕자 같이 
Wait for her  
그녀를 기다려요 

With seven pillows laid out on the stair  
계단 위에 펼쳐 놓은 일곱 개의 베개들과 
The scent of womens' incense fills the air  
여인들이 지피는 허공 가득한 향 내음  
Be calm, and wait for her  
차분히 그녀를 기다려요 

And do not flush the sparrows  
하지만 바리케이트를 따라 
That are nesting in her braids  
그녀의 땋은 머리 속에 둥지를 튼 참새들을 
All along the barricades  
날려보내지 않도록 하면서 
Wait for her  
그녀를 기다려요 

And if she comes soon  
그녀가 금방 올지라도 
Wait for her  
기다려야 해요 

​And if she comes late  
하지만 설령 늦게 오더라도 
Wait 기다려 줘요 

Let her be still as a summer afternoon  
여름날의 오후처럼 그녀가 고요히 머물도록 해주고 
A garden in full bloom  
꽃들이 만개한 정원에서 

Let her breathe in the air  
그녀가 입술을 떼고  
That is foreign to her heart  
낯선 공기를 가슴까지 
Let her lips part  
마실수 있도록 해주면서 
Wait for her  
그녀를 기다려요 

Take her to the balcony, see the moon soaked in milk  
그녀를 발코니로 이끌고 가서 우유빛으로 젖은 달빛을 보고 
Hear the rustle of her silk  
그녀의 비단옷이 내는 소리를 들으면서 
Wait for her  
그녀를 기다려요 

Don't let your eyes alight upon the twin doves of her breast  
당신의 시선이 그녀의 가슴에 머물러 있는 두 마리 비둘기가    
Lest they take flight  
날아가지 않도록 하면서 
​Wait for her 그녀를 기다려요 

And if she comes soon  
그녀가 금방 온다 해도 
Wait for her 기다려야 해요 

And if she comes late 하지만 설령 늦게 오더라도 
Wait 기다려 줘요 

Serve her water before wine  
포도주 보다 물을 먼저 드리고 
Do not touch her hand  
그녀의 손이 닿지 않도록 하면서 
Let your fingertips rest as her command  
그녀의 요구대로 당신의 손길이 머물게 하면 돼요  
Speak softly as a flute would to a fearful violin  
플룻이 바이올린에게 그러하듯이 나직하게 말해요 
Breathe out, breathe in  
숨을 내쉬고, 다시 들어 마셔봐요 

And as the echo fades from that final Fusillade (*)  
그리고 마지막 총격의 메아리가 희미해질 때면 
Remember the promises you made  
당신이 한 약속을 기억해요 

 

 

. 하루는 왜 24시간일까? 포스팅 참조 :

https://blog.naver.com/lesath/801890003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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